여인이냐, 호랑이냐
- 옛날 옛날 한 왕국에선 범죄자를 콜로세움에 세우고 양쪽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한 쪽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고, 반대편에는 왕이 고른 여인이 기다리고 있어 1/2의 확률로 유죄/무죄를 운 - 물론 고대식으로 하자면 신의 뜻 - 에 맡기는 것이었죠.

다만 여인을 골랐을 경우 그 여인과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라면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한편 그나라의 왕에게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이 공주가 미천한 신분의 사내와 정을 통하다 아버지에게 들키게 됩니다. 아버지는 이 남자를 당연히 콜로세움에 세우죠.

공주는 어느 쪽에 호랑이가, 여인이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자신의 연인에게 여인이 기다리는 문을 몰래 알려줘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거죠. 반대로 호랑이가 기다리는 문을 가르쳐 줄 수도 있습니다. 그가 여인이 기다리는 문을 못 고르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공주는 어느 쪽을 골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뭐, 공주의 딜레마가 어떤 것인지는 굳이 적지 않아도 쉽게 간파하실 수 있을 테고.

- 자, 공주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여러분이 공주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네. 물론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니고요 :b

- 프랭크 R. 스탁턴(Frank R. Stockton)의 1884년작, 『The Lady, or The Tiger』의 내용입니다. 지금은 인간 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던가요?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저는 '이걸 선택했겠지, 뻔한 거 아닌가'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처음에 내린 결론을 믿을 수가 없어지더군요. 그런 한편

'남자의 입장이라면 공주가 가르쳐준 문을 고를 것인가, 반대로 고를 것인가'

라는 딜레마에도 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 자, 여러분의 결론은 무엇입니까 :b
by 산왕 | 2009/06/09 19:21 | 책에 대한 건전한 이야기들 | 트랙백(1)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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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주인님의 방 at 2009/06/10 06:20

제목 : The Lady Or The Tiger? by F..
여인이냐, 호랑이냐산왕님의 이글루에서 읽어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소설 본문을 찾아봤습니다(이 소설은 저작권 만료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공주는 아마도 연인에게 호랑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n......more

Commented by ZinaSch at 2009/06/09 19:23
두 번째 질문을 읽으니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는군요-ㅁ-;; 가르쳐 준 대로 안 갔는데 살아서 다른 여자랑 결혼하게 되면 공주는 매일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습니다-_-
Commented by 피코 at 2009/06/09 19:43
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동화에요:D 음...동화적 감성으로 말하자면 저는 공주가 말해준대로 가겠지만...ㅋㅋㅋㅋㅋ현실에서는 과연 어떨지 모르겠네요ㅠㅠ;;;;
Commented by 레이 at 2009/06/09 19:45
속였구나! 공주!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9/06/09 19:47
일종의 게임이론인가요? 그냥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
Commented by 독고구패 at 2009/06/09 19:55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영화 글래디에이터에도 비슷한 딜레마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마스터 at 2009/06/09 19:55
남자는 사자가 있는 문을 골랐고, 공주는 사자를 물리치고 님을 맞이했...[어?]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6/09 19:59
옛날 새소년에 번역 소개된걸 읽은 적이 있죠. 아마 그전에도 어딘가 소개되긴 했을 듯.
딜레마를 던져놓고 절묘하게 끊어버린 작가의 신공이 지금 봐도 여전히 놀랍습니다(...)
Commented by Ciel at 2009/06/09 20:00
여자문을 고르면 공주는 불장난을 했던 천한 남자랑 결혼해야하고, 호랑이문을 고르면 그 남자는 그냥 죽는다는 건데...
여자는 죽이기엔 그렇고, 살리자니 결혼하긴 싫고,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사랑해서 살릴지, 그냥 죽일지 모르니 못믿겠고...
게다가 둘중 한명이라도 서로에게 맘이 없으면 시궁창인데,
둘다 맘이 없어도 시궁창이 되니...ㅋㅋㅋㅋ

결국 남녀간의 사랑이 얼마나 강한지의 문제인가요.
뭔가 결론이 고전적인 해피엔딩을 강요하는 쪽으로 간거 같지만.(...)

왠지 게임이론적으로는 죄수의 딜레마에 따라 공주는 호랑이문 가르쳐주고, 남자는 여자문을 고르는 엔딩이 날거 같군요.
아 눈물이...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6/09 21:08
여자를 고르면 공주는 결혼을 못 합니다. 다른 여자와 남자가 결혼하게 되니까요. 그게 딜레마인거죠.
Commented by Ciel at 2009/06/09 22:03
아, 여인이 공주인줄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tloen at 2009/06/09 20:10
저 책이 학습용 동화 시리즈에 껴 있습니다
Commented by 아오☆리 at 2009/06/09 20:15
번역되어있습니다. 전 그냥 그 남자가 호랑이밥이 되는 걸 볼 듯...
Commented by 한님 at 2009/06/09 20:35
심드렁하게 반응해보자면,

공주는 여인이 있는 문을 가르쳐주고 남자가 그쪽으로 가서 여인과 결혼하더라도 그냥 정을 통하면 될 것 같네요. 목숨 걸고 신분 차이도 뛰어넘었는데 그 정도야.... (퍽)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9/06/09 20:51
커플은 악이기 때문에 호랑이로.(응?)
Commented by 산왕 at 2009/06/09 20:58
그..그건 좀 orz....
Commented by FAZZ at 2009/06/09 21:14
결혼은 무덤이라 했으니 뭘 선택해도 무덤행이군요 ^^
Commented by 루아™ at 2009/06/09 22:07
아마 호랑이가 있는 문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요..

남자가 과연 그 가르침을 따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참 어렵군요;; 얼만큼 사랑하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6/09 22:10
호랑이를 길들이면 됩니다.(응?)
Commented by 짙푸른 at 2009/06/09 23:21
? 제가 잘못 읽은 건지는 몰라도 딜레마라기엔 좀 단순한 것 같은데요.. 죽게 내버려두기보다는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는게 당연한 선택 아닌가요? 아니면 설마 '딴년이랑 살바엔 호랑이에 먹혀 죽어' 이런 생각을 하는 연인이 있을까요? ;; 자신의 연인이 그렇게 생각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Commented by 산왕 at 2009/06/09 23:31
영화 퍼니셔를 보면 아내를 위해 살인도 마다않던 하워드 세인트가 아내가 바람을 폈다고 의심하게 되자 아내를 죽여버리는 신이 나오죠. (적어도) 서양에선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를 보느니 죽여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도 이해 가능한 범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딜레마가 성립하는 것이겠죠^^;
Commented by 산왕 at 2009/06/09 23:37
그리고 그보다 여기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는 게 그런 부분이겠죠. 인간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거기에 대해 짙푸른님은 아니라고 답한 것이죠^^
Commented by Initial_H at 2009/06/09 23:43
공주가 가르쳐준대로 간다면 죽든 살든 핑계거리는 생기는 셈이고 반대로 간다면 죽든 살든 굉장히 찝찝할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호랑이를 굴복시키고 여인을 구하러 가는쪽으로.[..]
Commented by 가브씨 at 2009/06/10 00:20
여인이 있는 문을 가르쳐주며 사내를 떠나보낸 공주는 세월이 흘러 중년의 여왕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사내를 보고 질투심에 불탄 나머지 잔혹한 복수를 하는- 헐리웃 스토리로 갑니다 orz
Commented by 얏호 at 2009/06/10 00:43
공주는 호랑이가 있는 문으로 가라고하고, 남자는 공주가 여인이 있는 문을 가르쳤을거라 생각하고 다른문을 택해서 공주만 바보가 될듯하네요. 남자가 지고지순하지 않다 해도 공주가 호랑이문을 가르쳐 주었을것이라 생각하고 반대의 문을 택할거같네요. 공주가 대표하는 여성의 본성은.. 모르겠습니다만 ^^;
Commented by 수월화 at 2009/06/10 00:51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정말 잔인한 딜레마인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06/10 03:30
제가 공주라면 여인이 있는 문을 알려주겠어요.
그리고 그 남자의 두번째 부인이 되려 할 것 같아요..
Commented by at 2009/06/10 05:50
1. 남자에게 고자로 만든다. 지속가능한 사랑~.

2. 하극상 쿠데타. 왕을 끌어내린 후 대사면령.

3. 여인으로 가는 문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인 자리에 공주가 선다. 일단 사내와의 결혼을 왕국의 제도와 전통이 보우하는 공적 결정으로 만들어버리면, 왕도 어쩔 수 없음.

4. 남자가 사랑에 목숨 거는 순정남이라면, 연인인 공주가 여인으로 가는 생문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반대의 문을 열 것이고, 남자가 사랑을 의심하는 냉혈남이라면, 공주가 호랑이로 가는 사문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생각해, 역시 반대의 문을 열 듯. 따라서 공주의 최선은 남자가 최종적으로 열기 바라는 문의 반대쪽 문을 알려주는 것... 이지만 남자가 공주의 합리적 선택을 기대하고 공주가 알려준 문의 반대쪽문의 반대쪽문을 택하면 낭패. 하지만 공주도... 무한루프.

Commented by 흐음 at 2009/06/10 05:50
1. 남자를 고자로 만든다. 지속가능한 사랑~.

2. 하극상 쿠데타. 왕을 끌어내린 후 대사면령.

3. 여인으로 가는 문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인 자리에 공주가 선다. 일단 사내와의 결혼을 왕국의 제도와 전통이 보우하는 공적 결정으로 만들어버리면, 왕도 어쩔 수 없음.

4. 남자가 사랑에 목숨 거는 순정남이라면, 연인인 공주가 여인으로 가는 생문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반대의 문을 열 것이고, 남자가 사랑을 의심하는 냉혈남이라면, 공주가 호랑이로 가는 사문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생각해, 역시 반대의 문을 열 듯. 따라서 공주의 최선은 남자가 최종적으로 열기 바라는 문의 반대쪽 문을 알려주는 것... 이지만 남자가 공주의 합리적 선택을 기대하고 공주가 알려준 문의 반대쪽문의 반대쪽문을 택하면 낭패. 하지만 공주도... 무한루프.
Commented by ssdd at 2009/06/10 06:06
원래 이야기에선 호랑이 반대쪽 문 뒤에서 기다리는 여인이 공주의 고민을 배가하는 요인으로 나오죠. 그냥 여염집 규수가 아니었다는.
Commented by 월광토끼 at 2009/06/10 06:48
여인이 있는 문으로 가르쳐 주고 나중에 불륜의 정을 통하면 되죠.
Commented by 슈나 at 2009/06/10 11:16
아 어려운 문제네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9/06/10 11:26
호랑이와 결혼하면 된다능...
Commented by 카바론 at 2009/06/10 16:09
!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9/06/10 22:35
시쳇말로 벼... 병X 같지만 멋있군요!
Commented by 미스티네스 at 2009/06/11 13:31
저라면 아무것도 안 가르쳐줍니다(...) 딜레마를 깨뜨리기 딱 좋은건 주사위죠.
Commented by 시바우치 at 2009/06/12 10:00
이 이야기 본문을 읽은 적은 오래되었지만 저런 법을 만든 왕은 포악하고 괴퍅한 성격이었고 그 딸인 공주도 기질이 비슷하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호랑이를 선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여자를 선택하게 해서 일단 살려둔 뒤 여자를 죽여 남자를 도로 찾아오는 법도 가능.
Commented by 輝夜姬 at 2009/06/15 00:07
아니, 사람이 죽을 판국에 무슨 그런 고민을 하나요.
가능하다면 당연히 여자가 있는 문을 알려줘야죠.
남자야 새 남자 만나면 되고... 공주 싫어하는남자 봤어요?
더구나 한국남자들, 여자 집 재력 엄청나게 밝히는 것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실이고, 그러니 뭐 밀려드는 남자 넘쳐날텐데 무슨 고민인가요.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뭐, 경우에 따라서는 많이 섭취한 남자 떨어져 나가고 사람도 살리고 좋잖아요. 별 걸 다 고민이네요.
다만, 남자가 알려준대로 할런지 그게 문제죠. 남자들 뒷담화에다 잔머리 굴리고 더러운 종족이잖아요. 한국남자들만 그런가. 그래도 우선은 사람부터 살려놓고~
Commented by 輝夜姬 at 2009/06/17 11:24
http://mattathi11.egloos.com/1916078
여기 트랙백 다신 분, 저와 같은 '남자는 또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같으면서, 거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정반대군요. 당황.

※남자는 또 구할 수 있으므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하느니) 죽게 한다. (mattathi11)
※ 남자는 또 구할 수 있으므로, (다른 여자와 결혼해도 상관없고), 살게 한다.(나)

어떤 가치관의 차이가 동일한 근거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나오게 했을까요? 이 부분이 흥미롭군요. 명예 부분은, 글쎄요, 오히려 자신의 인덕을 드러내는 것이 될 수도 있죠.
Commented by ダ-スケロロ at 2009/08/03 12:41
호랑이를 테이밍합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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