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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와 처칠 by 산왕

- 대학에서 들은 역사수업(전공은 경영이었지만 경영학보다 사학쪽 수업을 두배쯤 더 들었습니다)들 중 유일하게 B학점을 맞은 것으로 기억되는 영국사. 서양사학과 전공과목(아마도 3학년 전공과목;)으로 일반선택과목으로 들었었죠.

교수님은 제국주의, 영국사 쪽으로는 꽤나 유명한 P교수님. 이분 책은 세권이나 사보기도 했던 만큼(지금은 4권이 되었군요) 꽤 기대를 하고 신청을 했고 기대를 충족시켜주고도 남을만큼 재미있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보고서에는 꽤 자신이 있었고 시험도 잘 쳤던 것 같습니다만 처칠 때문에 B 학점을 받고 만 것이죠.

- 이 교수님은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하시며 수업준비가 부족한 학생, 뒤 구석자리에 숨어있는 학생은 꼭 발표를 시키시고 지각생은 수업에 받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이것도 모르냐"며 갈구는 일이 잦았는데 그럴 때면 '제가 말해 보겠다'고 구원투수로 나서곤 했던 게 저였죠. 수업 중반을 넘어서는 '넌 됐고'라며 다른 학생들을 지목하셨습니다. '갈굼'이 목적이었던 거죠 orz

- 민족주의에 대한 혐오, 자유주의에 대한 이상을 직설적으로 피력하던 분으로 진도를 쭉 빼시고는 마지막 한달간은 특강을 진행하셨는데.

특강주제 중 하나는 페이비언에 대한 것이었고, 하나는 제국(공식적 제국 - 즉, 인도여제 선포 이후) 성립과 해체였는데 마지막 주제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로

'처칠과 간디' - 네. 이 글의 제목에선 순서를 바꿨습니다 :b

였죠. 간디의 반문명적 성향이나 정치적 무능 등을 공격하며 라이벌(처칠의 라이벌을 꼽을 때 간디도 한자리를 차지하곤 하죠 :b 물론 처칠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간디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처칠을 언급하진 않더군요) 처칠의 탁월함에 대해 논문, 칼럼 등을 인용해 진행한 수업이었는데,
(처칠이 간디에 대해 언급한 글을 봅시다 <-- 처칠이 간디와 인도에 대한 입장으로 극우주의자, 나찌로 몰린 걸 봐도 알 수 있듯이 간디에 대한 투쟁대상인 영국의 입장은 꽤나 호의적이었죠. 마운트배튼경과 간디의 대화..는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일단;)

간디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저로선 간디 부분은 흐믓하게 들었지만 처칠 부분이 걸린 것이죠 orz '대영제국 쇠망사' '처칠' '로이드 조지 어록' 등을 인용해 처칠을 열심히 깎아내리고 반론을 펼쳤고 p교수님은 많이 불쾌해 하시더군요 orz..

그리고 학점 발표일이 닥쳐오고.

- 저는 처칠을 더 싫어하게 되었습니다(결론이 orz....<-- 그냥 싫어한다기보다 애증이 교차하는 인물인 거죠 :b)
(그 결과가 일련의 포스팅 )

- 간디는 경제사 쪽에서는 인도의 굴레 정도로 묘사되곤 하죠. IT산업이 발달하고 나서야 인도가 간신히 간디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는 책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제 라이프로그에도 한 권 있습니다 :b 친구 어머님이 번역하신 책이라 올려둔 거지만(야;))

극단적 성향에 대해선, 부인이 페니실린 주사만 맞으면 살 수 있는데 주사를 폭력이라 주장하며 못 맞게 해 죽어갔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과거사를 현재에 직접대입시키려 하는 이들은 보통 그중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취하게 마련입니다. 간디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비폭력이라는 개념에 대한 극단적 해석, 반문명-반근대 성향, 영국-영국인에 대한 간디의 관점 같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겠죠. 그냥 비폭력만을 이야기한다거나 법의 선을 넘은 투쟁이었다는 식의 한 단면만 이야기하는 건 요즘 세상에선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을 겁니다. 아마도 orz

- 늘 하던대로 투르크멘을 학살한 러시아가 유럽외교에서 왕따당하며 땅 다 뱉은 게 영국 기자들 때문이었고, 러시아의 못배운 농부들조차 보어인 부녀자 수용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담은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 야만적 영국인들을 욕하게 된 근대 이후.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수록, 기록수단이 발달할수록 영웅이나 위인이 탄생하기란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고대영웅들처럼 '완벽한' 영웅이나 위인은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그 부존이 증명되어 버린 셈이겠죠.

- 그레이트 게임이 저를 굉장히 센치하게 만드는군요. 제국의 (원조) 하얀악마, 블러디아이 스코벨레프 장군이 단 한챕터로 퇴장해버리고 매음굴에서 죽었다는 서술로 맺음당하는 걸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orz..

덧글

  • 벨제뷔트 2008/12/18 00:58 #

    '과거사를 현재에 직접대입시키려 하는 이들은 보
    통 그중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취하게 마련입니다.'

    요즘 특히 가슴에 와닿는 말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주위만 둘러봐도;
  • 산왕 2008/12/18 01:22 #

    저도 거기에 반하는 반대쪽만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긴 하죠 orz.. 결국 선택을 하긴 해야하고 모든 설, 모든 이야기를 해 주는 건 불가능할텐데 그걸 인식하고 있는가 아닌가, 그렇다는 걸 인정하는가 아닌가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orz
  • 들꽃향기 2008/12/18 01:18 # 삭제

    언제나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간디에 대해 언급하시면서...여러 관점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한다는 말씀은 매우 공감합니다.

    비단 이는 간디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소위 역사학이 존재하는 것일테니깐요. 작금의 논쟁에도 짜투리가 아닌 '종합적'인 시각이 있어야 할텐데요.

    그런데, 스코벨레프 장군의 최후가 안습이라는 얘긴 들었어도, 매음굴에서 죽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요;; 그레이트 게임에서는 그 출처를 어떻게 인용하는지 찾아봐야겠네요;;
  • 산왕 2008/12/18 01:20 #

    스코벨레프 장군은 민스크 좌천 후 1년도 안되어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일설에 의하면 모스크바의 한 매음굴을 방문했다가 거기서 사망했다고 한다 <-- 정도로 적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느 문헌을 근거로 이렇게 적었는지는 알 수가 없군요^^;
  • 산왕 2008/12/18 01:37 #

    매음굴에서 심장마비..복상사라는 결론이군요 orz... 하얀악마가..블러디아이가 복상사 ㅠㅠ
  • 들꽃향기 2008/12/18 01:59 # 삭제

    성매매촌에서...심장마비라면 답이 뻔하긴 하네요;;;

    설마...좌천의 슬픔을 못이기시고 과음이라도 하신건지 쩝....이래저래 안습일뿐입니다 OYL
  • 2008/12/18 01: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산왕 2008/12/18 01:43 #

    니마..C학점은 생각 안하시나요???
  • 산왕 2008/12/18 01:44 #

    C학점 받았던 불교사에 대해서도 적어 봐야겠군요 ( ")
  • 산왕 2008/12/18 01:46 #

    그리고 역사관련과목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종합평점은 A근처에도 못간다능 orz
  • 시하야 2008/12/18 01:53 #

    앗 답글이 세 개나 'ㅅ')♡ 건전하신 산왕님은 학점도 건전하실 거라고 저는 믿고 있다능
  • 2008/12/18 02: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이 2008/12/18 02:17 #

    처칠은 처가 일곱명이라죠.(...)
  • 愚公 2008/12/18 10:07 #

    더러운 妻七...
  • Bloodstone 2008/12/18 07:41 #

    간디 관련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간디는 어떻게 보면 참 뻘짓을 많이 한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skel 2008/12/18 08:49 #

    오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역사 과목들은 대부분이 A라는 이야기로군요!!
  • 이메디나 2008/12/18 09:43 #

    오 그런거였군요!!!
  • 테라포밍 2008/12/18 08:52 #

    저는 전공과목으로 인정받는 2동 소재 과에 있었기 때문에... 4학년때 들어갈까 하다가, 결국 B교수님 미국사만 들어가고 말았죠. 저도 좀 비슷한 일을 당했는데, 당시 후반기 서평도서로 링컨을 택했다가, 노무현 후보를 연결지어 열을 냈더니 점수가 박하게 나왔다능... '이 글은 서평이 아니다'라는 자적은 옳았지만요... 휴...
  • 自重自愛 2008/12/18 09:16 #

    P교수님이 혹시 최근에 한국현대사에도 관여하신 그 P교수님이신지? -_-

    P교수님 강의 방식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군효. 제가 만약 강단에 서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런 스타일로 갔을수도..... (퍽푹팍)
  • ghistory 2008/12/19 01:26 #

    국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이기도 하지요.
  • 사는건가 2008/12/18 12:16 #

    간디라는 사람은 정의하기 디립다 어려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_- 제가 간디학교라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더더욱.
  • leopord 2008/12/18 14:43 #

    간디학교에 다니시는군요; 동네 추운 걸로 아는데;;;
  • leopord 2008/12/18 14:45 #

    그래서 역사란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는 소통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요(근데 자동차 아저씨는 이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OTL).

    보통 근대 서구의 위인이라는 사람 중에 제국주의자(단순히 경멸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세실 로즈처럼 자처한 것도 포함해서) 아닌 사람은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 Karl 2008/12/18 20:29 #

    .....역시 교수에게 거역하면 안 되는 거군요?
  • ghistory 2008/12/19 01:26 #

    그 양반한테 거역하면 학점으로 복수당합니다. 유난히 두드러짐.
  • 친한척 2008/12/18 21:55 #

    영국 일반 여론의 나이브함은 익히 잘 알려져 있으니까요 orz. 심지어 바이런이 하도 그리스 버린답시고 까대서 외상이었던 캐슬레이가 자살했다던가..... 하여간 이렇게 일반 여론은 나이브하면서도 정치가들은 철두철미한 나라도 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렇게 보면 처칠은 적어도 보고 싶은 것만 본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물론 극과 극은 통한다는 점에서 처칠의 나치 혐오는 자기혐오 필이 나기도 한다는....) 근데 이것보다도, 세상에나 간디; 변호사 씩이나 했던 사람이 페니실린 주사에 대해서 저런 얘기를 한단 말입니까?;;;; 무섭군요 이건 ㅎㄷㄷ

    마지막으로, 경영대생이시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 OTL. (대선배가 되시겠군요;)
  • ghistory 2008/12/19 01:27 #

    이번 학기에 P선생께서는 캘리포니아로 떠났고, 덕분에 영국사 강좌 수강생은 40여명으로 폭증하였지요.
  • ghistory 2008/12/19 01:30 #

    간디가 인디아 현대경제를 저해했다는 평가는 그냥 인상평이 아닌가 합니다. 차라리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장점을 신봉한 네루가 도입한 통제경제가 저해했다면 모를까.

    현직 총리인 맘모한 싱이 탈규제를 시작한 1991년이 인디아 경제의 도약기였지 않습니까.

    간디의 복합적 면모는 오히려 식민지시대의 조선인들이 현대 남한인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옥순의『식민지 조선의 희망과 절망, 인도』(푸른역사)에 보면 잘 나오는 바입니다만.
  • 미스티네스 2008/12/23 09:55 #

    뭐랄까, 현대는 성역이 해체된 사회지요; 잠깐의 영웅은 무수히 부침해도 다음 시대까지 영웅으로 살아서 넘어갈 수 있는 인물은 이제 없겠지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문득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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