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탄핵반대 촛불집회 때는 노무현은 싫었지만 탄핵사유라고 제시된 걸 납득할 수 없어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그 때는 초를 팔길래 샀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도 초를 사기 위해 주위를 둘러봐도 파는 사람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초 필요한 사람 찾길래 손드니 갖다주길래 그냥 받아 썼습니다.
- 집회 자체는 구호 외치고 자유발언이 이어지며 차분히 진행되더군요. 중간에 김밥파는 할머니한테 김밥도 한줄 사먹어가며 책도 읽어가며 끝까지 잘 보고 들었습니다.
중간에 목사가 등장해 '목사의 말엔 힘이 있다'는둥 '이명박은 헤롯이다!'는둥 하더니 로마사에 대해 기독교적으로 편향된 이야기를 늘어놔서 저아저씨가 저기 왜나왔나..하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 외의 연사들은 진솔하게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더군요.
9시 넘어 집회가 끝나자 재미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냥 거리로 나가진 않을 테고 누군가 나가자!며 앞장을 서야할 텐데, 그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홍익대 학생회, 중앙대 학생회 등에서 준비한 깃발을 먼저 조립하려고 경쟁'
하는 광경이었죠.
결국 승리한 건 홍익대 학생회(아니, 정말 빨리 깃발을 세우더군요)로 깃발을 앞세워 '오늘도 나갑시다!'하고 앞장을 서니 군중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서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 행진의 분위기는 집회 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들 사진을 찍는 이에게 '왜 찍느냐' '초상권 침해다' '프락치 아니냐'고 둘러싸서 비난하자 찍던 이가 카메라 메모리를 리셋하는 헤프닝도 있었고, 도로로 나선 군중에 막혀 차가 도로 가운데에 고립된 운전자가 화를 내며 차를 밀어붙이려 하자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기보다는 '좀 늦게 가면 안되냐!'며 차를 둘러싸고 겁을 주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더군요. 그런 한편 그런 곳 수습하려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물론;)
다함께 사람들은 확성기로 구호외치고 사람들 갈 방향 유도하며 가는 길의 식당 등지에 들어가 자기네 전단지 뿌리던데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 전단지에 적힌 문구가
'국가 기간산업에 타격을 입히는 수준의 파업을 해야 한다'
같은 것들이니 더더욱 말이죠.
도심지역엔 횡단보도가 없으니 자연스레 도로로 나설 수 밖에 없더군요. 물론 직선도로에서도 도로로 일부 나가긴 했지만요.
가두시위는 미리 도로를 양보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불법시위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랄까요?
그리고 무단횡단을 하자 전경들이 들이닥칩니다.
예전 학교에서 봤던 전경들에 비하면 방패도 가벼워보이고 무기도 없고, 뭔가 전경스럽지 않더군요(응?;) 게다가 방패조+곤봉조에서 곤봉조는 무장을 안하고 나오니 방패가 한사람 건너 하나씩 있습니다. 방패를 들지 않은 채 차렷자세로 있는 애들은 참; 뭐랄까요;;
간만에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가기 전에 주의사항 읽어보니 '신분 확인할 수 있는 거 들고가지 마라!'고들 하던데, 사진찍던 분 신분증 없어서 프락치로 몰리는 거 보니 낚인 기분이 들더군요 orz.. 제가 사진찍을 때도 주변에서 힐끔힐끔 보길래 왜그러나 했더니;
어차피 전 사람 얼굴 찍을 생각은 없었기에 문제 없었지만요.
혹시 집회 가시려는 분 계시면 사람들 얼굴 안 찍도록 주의하셔야겠습니다. 그리고 신분증(학생증이나 사원증이 좋으려나요, 프락치 아님을 입증하기엔?)도 지참해야겠고요; 집회에만 참여하고 가두시위엔 따라가지 마시길 권하고 싶네요.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밤이고 카메라도 구리고 제 솜씨도 별로라 쓸만한 사진이 거의 없군요;;
덧) 이것도 밸리로는 안보냅니다. 아니 보낼만한 데도 사진밸리 정도밖에 없긴 하지만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