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무협소설 작가)의 굴욕
(네; 제목이 좀; 그렇죠 orz)

제가 중학-고등학교를 다닐 때 또래 친구들이 누구나 읽었던 책 하면 '은하영웅전설'과 '영웅문'을 들 수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친구녀석의 책은 모두의 공유물이 되어(?) 순번을 정해 돌려보곤 했었죠. 중학생 시절엔 용돈이 적어서였던지 무슨 은하영웅전설 사기 계모임, 영웅문 사기 계모임 같은 걸 하기도 했었고(3명 정도가 번갈아 한 권씩 사서 돌려보는 orz) 말이죠. 그렇게 중간 중간 사모은 후 차차 다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홍콩의 무협 - 대하소설 작가인 김용은 무협소설을 (지금) 안 보는 사람도 봤거나 적어도 이름은 아는(지금은 원제목이 더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것들로 판타지에 비유하자면 '톨킨 = 김용' '영웅문 = 반지의 제왕' 같은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죠.

영웅문이 인기를 끈 후엔 짝퉁 소설들도 김용의 이름을 달고 잔뜩 출판되어서 무슨 화산논검이니 의천도룡기 외전이니 하는 것들이 김용 진품 맞는지 (당시엔 인터넷도 없어서;) 친구들과 토의하던 기억도 나고; (김용과 양우생의 책 외엔 안 봤기에) 도저히 무협소설 팬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저같은 독자도 영웅문이나 동방불패(소오강호)는 물론 다른 김용 책들(녹정기, 천룡팔부, 설산객 등등)도 왠만한 건 봤지요.

서론이 길어졌는데(..)

최근 만화 소오강호를 처분하면서(왜 이런 게 계기가 되는 걸까요 orz) 우연히 몇 권이 빠져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걸 놀러온 친구가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띄엄띄엄 만화를 보다가 원작소설을 간만에 다시 읽고 싶어져서 동네 도서대여점에 빌려보러 가기로 했지요. 저도 결국 다 사모은 김용 소설은 영웅문 뿐으로 소오강호는 친구들에게 빌려봤던지라 만화 소오강호만 가지고 있었거든요 orz

그리고 찾아간 도서대여점에선..

김용의 책은 한 권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orz.. 요즘은 아무도 안 읽는 소설들이 되어버린 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만화방이 몰려있다는(...) 신림 고시촌에서도 가장 책(만화+책)이 많다고 광고하는 만화방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잘 찾을 수가 없어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기로 했죠.

친구 : 아주머니 김용 책 어디 있어요?

아주머니 : 김 뭐? 무슨 책인데?

친구 : 무협소설요. 이름은 김용.

아주머니 : 무협소설? 김용? 처음 들어보는데..

친구 : 그럴 리가요^^; 유명한 작가일 텐데요?

아주머니 : 요즘 잘나가는 작가들은 XXX OOO SSS 이런 사람들인데 이사람들 건 봤어?

친구 : 아뇨; 김용 거 보려고 온 거거든요?

아주머니 : 알았어. 검색해 볼게

* 요즘 만화방에서는 대충 주문하지 않고 관련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괜찮다는 추천작 위주로 주문한다는군요. 그리고 총판에 주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주문한다고도 하는데 아주머니가 검색해 준다고 간 곳은 만화방-대여점을 위한 무협소설 추천사이트인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 : 학생~ 작가 이름을 제대로 알고 와야지!

친구 : ?!

아주머니 : 김용 다음에 한 자 더 있어야 찾을 수 있지. 에그~

친구 : ?!

아주머니 : 잘 기억해봐. 이름이 김용철이야? 김용학이야? 김용권이야? 김용성이야?

친구 : ... 다시 올게요.

아주머니 : 김용 외자인 작가는 음써~ 어디 싸이트에 연재하는 무명작가인가 본데 아직 출판이 안됐나 보네~

친구 : orz..

.. 네.

여러 군데 돌아다닌 끝에 결국 구비해둔 곳을 발견하긴 했습니다만; 요즘은 대부분 김용 책은 구비해 두지 않고 아는 사람,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 ")..

김용이 자주 적었듯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제쳤다'는 걸로..(아냐;;)
by 산왕 | 2007/04/27 10:18 | 책에 대한 건전한 이야기들 | 트랙백 | 덧글(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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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IN at 2007/04/27 10:19
냠. 시대의 흐름이란 슬픈 거죠.
Commented by kalay at 2007/04/27 10:20
김용의 굴욕이로군요 정말...-_-;
나름 요새 세대인 저도 의천도룡기나 영웅문 정도는 읽었지요. 벌써 책방에서 사라졌군요.
Commented by 좀비君 at 2007/04/27 10:24
요새 경향으로 따지면 영웅문 스타일은 너무 답답해서 보는 사람이 극소수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7/04/27 10:30
아유카와 마도카나 오토나시 쿄코 같은
분들도 요즘은 모르는 사람 많으까요 --.

(우째 비교 대상이 좀...)
Commented by corwin at 2007/04/27 10:42
충격적이군요.
Commented by 대건 at 2007/04/27 10:48
전 그래서 새로 발간된 사조영웅전 / 신조협려 를 질렀죠...
Commented by Miren at 2007/04/27 10:48
은영전도, 영웅문도 안본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은...
Commented by 대건 at 2007/04/27 10:48
의천도룡기는 아직 안나왔더군요.
Commented by 바람조각 at 2007/04/27 10:52
은영전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단 사실에
가끔 혼자 쇼크먹고 땅 파긴 합니다...[...]
Commented by 다음엇지 at 2007/04/27 11:06
절필하신 영향일까요.. <(- -);;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4/27 11:19
개인적으로는 고룡을 더 좋아합니다만...
Commented by kalay at 2007/04/27 11:25
그러고보면 진짜 은영전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더군요. 한 반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길래 절규했습니다. [...]
Commented by 빠나나언니 at 2007/04/27 11:27
그래도 베르단디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 이 소리가 아니라.
Commented by 메르키제데크 at 2007/04/27 11:34
화산논검은 비록 정식작품은 아니지만 쓰는 사람이 상당히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다 애로도가 늘어나서 보기 즐거웠습니다.
Commented by 한님 at 2007/04/27 11:34
이름조차 모른다는건 조금 놀랍네요. 음..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7/04/27 11:46
훗 제가 가는 곳에는 그 물건이 있지요 *.*
모 이제는 듣기 힘든 이름이 됐지요.
Commented by 신기루 at 2007/04/27 11:57
장강의 뒷물결이라기 보단 한국의 퓨전이 중국의 전통을 밀어낸거죠. 한국사람으로서 이거 기뻐해야 하는 건지...;;(하도 날림들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표지의 책들의 띠지에 중국 및 동남아시아로 수출이라는 문구를 보면 왠지 기분이 묘합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4/27 12:02
김용 선생이 벌써 잊혀진다는 말입니까!?

왠지 슬퍼지는군요... ㅡㅜ
Commented by 듀얼배드가이 at 2007/04/27 12:06
저도 영웅문을 읽고 소유하고 있는 세대로써 뭐 좀 슬프군요. 하지만 진짜 요새 무협소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시점이라 어쩔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폴리시애플 at 2007/04/27 12:13
언젠간 영웅문정도는 다시 살까 싶네요 말씀대로 은영전과 영웅문은 그시절의 바이블이었죠^^
Commented by 이스칸달 at 2007/04/27 12:14
음.. 놀라울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7/04/27 12:19
쩝.. 저희 집에오시면.. 아마 있을지도.....
영웅문은 확실히 있는것 같은데..

2부 3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희집도 소설 많기로 이름난 가게입니다...
(어딘지는 아시남요?? 거 국민은행 캐쉬기 대각선 건너편
연X 입니다..)
Commented by 강설 at 2007/04/27 12:47
아니 생각해보면 김영사에서 나온 김용책들말고 대여점에 유통될만한건 이제 나오지않으니까요... 녹정기인가 소오강호가 몇년전에 어느출판사에서 조금 나오다 말던데;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4/27 13:12
개인적으로는 영웅문 1부 다보고 지겨워서 안봤습니다;;;
Commented by Schastin at 2007/04/27 13:29
김용 소설도 은영전도 읽지는 않았지만 알고는 있어서 "유명하다"고 생각했었는데...orz 그러고 보면 임청하 나오는 영화를 하도 봐서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네요.(;;)
Commented by 자이드 at 2007/04/27 14:47
진짜 놀랄 노자인데요 이거, 세월의 흐름이란 신필도 빗겨갈수 없는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Reign at 2007/04/27 15:10
와핫핫!!
이름이 김용철이야? 김용학이야? 김용권이야? 김용성이야?
우하하하하
Commented by 로무 at 2007/04/27 15:28
사서 읽으셈;; 서점엔 있어요.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7/04/27 15:33
하기야 비슷한 일화들을 친구나 지인들에게 듣긴 했습니다만, 언제 들어도 거시기합니다.(먼산)

NOT DiGITAL
Commented by 예린아빠 at 2007/04/27 15:40
영웅문 본적은 없는데, 그래도 김용이란 작가의 이름은 알아유~
Commented by 산왕 at 2007/04/27 15:43
/NOT_DiGITAL님...이동네 고시생들 연령대를 생각하면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고시생들 대상 만화방이 안 들여놓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로무님...적을 순 없지만 사정이 있어서 책을 사서 집에 들여놓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위엔 언급한 친구 말이죠;)

/Reign님...그 사람들이 누군지 검색해 봤더니 무협소설 작가들이더군요(당연히;;)

/자이드님...이동네 고시생들 생각하면 세월의 흐름이 없었던 셈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던가 봅니다;

/Schastin님...저도 소오강호는 영화가 먼저였지요^^; 제가 본 소설은 '동방불패' 버젼이었습니다^^

/比良坂初音님...2부가 백미인데(...)

/강설님...설산객도 나와있고 어쩌구 외전도 나와있고 이것저것 나와있긴 하더군요. 정식으로 수입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닥슈나이더님...아니 이럴 수가.. 집에 오시면 밥이라도 좀 사주세요(?)

/이스칸달...뭐; 친구와 웃어넘기긴 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좀..그런 에피소드인 거지.

/폴리시애플님...번역이 엉터리라도 옜날 게 좋아서 제대로 나온 은하영웅전설은 못 보겠더군요;

/듀얼배드가이님...저 에피소드 때문에 다시 보고싶어졌지만 제 건 대구에 있어서 못 보고 있습니다 ㅠ.ㅠ

/BigTrain님...잊혀진지는 좀 됐는데 이제사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신기루님...과연; 중국으로 수출하는 거군요; 대단..하네요 orz

/이메디나님...아니메나 만화나 마찬가지겠지요. 고전명작이라는 건 올드팬들만 보는.. 이게 메인스트림의 문화와의 차이인 걸까요 후 --

/한님...저 일을 막 겪었을 당시엔 좀 많이 놀랐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냉정해진 지금이니까 저렇게 적는 거죠^^;

/메르키제데크님...의천도룡기 외전은 절대 짝퉁이 아니라고 주장했었죠(제가 orz);

/빠나나언니님...있습니다(...) 일본에서야 여신친위대에 신규멤버가 속속 들어온다지만 우리나라에선(....)
Commented by 산왕 at 2007/04/27 15:49
/에린아빠...그게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낡은 인식이었던 걸로 orz

/DAIN님...좀 다른 걸 느꼈습니다. 서브컬쳐가 이래서 '서브'구나라는 걸 느꼈달까요 orz

/kalay님...불과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국내 퓨전판타지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이야기겠지요 ( ")

/좀비君님...극소수라도 보는 게 다행이군요 orz

/벨제뷔트님...고전은 잊혀지고 새로운 것 중에선 '아이콘'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corwin님...친구들과 술자리 우스개로 쓰기에 딱 좋은 에피소드였습니다;

/대건님...신조협려는 정말 좋죠 ㅠ.ㅠ

/Miren...그것이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일런지.. orz 요즘 세대는 하루히를 안 봤어도 아는 게 되는 걸까나 ( ")

/바람조각님...요즘 후배들의 말을 듣자면 은영전은 북두의권이나 성투사성시와 같은 계열이더군요?!

/다음엇지님...옛 작가라는 거겠죠 ( ")

/marlowe님...고룡은 더 마니악하겠죠 지금은 ( ") 옛날엔 고룡도 꽤 봤었습니다^^

/kalay님...그건 심하군요 orz
Commented by 치이링 at 2007/04/27 16:13
저도 마침 저번에 대여점에서 '김용꺼 있습니까?'했다가 비슷한 경험 했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07/04/27 17:20
무협지 안 보는 알비레오도 김용은 아는데... 진짜 굴욕...이군요. orz
Commented by 폴리시애플 at 2007/04/27 18:23
그 전설의 은하영웅전설 을지판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저도 을지판이 더 좋았습니다. 서울문화사판은 직역체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여준 녀석이었죠 실제 옥션에 가보면 을지판은 프리미엄이 붙어서 팔리고 있습니다. 하긴 은영전 소설 자체가 지금은 다들 프리미엄이 붙어있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IWBJ™ at 2007/04/27 18:57
충격적인 소식이네요.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7/04/27 18:59
허걱... 믿을 수 없어요. ;ㅁ;
Commented by 으하항... at 2007/04/27 19:14
훗,,,저는 은영전을 보기위해 일본어 공부를 했고, 현재 은영전 전집을 일본어판으로 모았습니다...훗훗훗,.......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7/04/27 19:32
모르셨던 거군요...... 제가 출근하는날은 보통....
명절 때라든지... 일년에 몇번 안된다는거...

뭐... 제로스님 집 건너편에 살고 있으니....
그리 멀진 않습니다..
Commented by 조뎅 at 2007/04/27 21:29
쿨럭.. 김용을 모르다니..

영웅문 3부작 안읽고

이땅에 무협지 매니아라 자처하는 자가 있단 말인가...
Commented by 극악 at 2007/04/27 23:09
은영전, 영웅문 둘 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뭐, 시대가 시대이고 사람마다의 관심이 틀린만큼...
모를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는 사람은 최고라고 손꼽지만...
Commented by 샌드맨 at 2007/04/27 23:18
이제는 김용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군요 O<-<
Commented by 鬼畜の100 at 2007/04/27 23:21
김용 캐안습이네요..ㅠ.ㅠ 얼마전에 다이애나비가 죽은지 10년지났다는 얘길 듣고 허걱~!! 했는데 말입니다..ㄱ-;;
Commented by scarab at 2007/04/28 00:37
오맙;; 벌써 그런시대가 되었군요 OTL;;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7/04/28 07:24
김용비까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그게 누군데)
Commented by 하늘빛마야 at 2007/04/28 22:13
우와, 요즘은 그 정도로 잊혀진 겁니까;;;
Commented by 마아사 at 2007/04/29 02:25
아아.. 이 이야기를 듣고 주화입마를 입은 것 같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beze at 2007/04/29 03:32
제가 듣기로 그 분, 무협작가란 타이틀이 그렇게 싫었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다며 김용 씨 원풀었군요^^;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4/29 11:56
한국의 친구들이 공부 열심히 하다가 저것때문에 입시 망쳤다는 전설(...)들이 기억나는데..
화산논검을 하는 후지기수(...)들을 보다 기가막혀하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Commented by 나도경험있음 at 2007/05/21 02:29
만화방에가서 김용소설찾는데....주인도 모르고 알바도 모르고
겨우 검색하다가하다가...다떨어진 책...알바생인지 주인장인지....이런거 요즘 안찾는다고하더군.....무협읽는다는 사람이 김용소설도 모르고 말야..미치겠더군..ㅋㅋㅋㅋㅋ
Commented by 궁극사악 at 2007/06/13 11:22
세대차이군요 ㅠㅠ 어떻게 김용을 모를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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