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
웃는 경관
펠 바르. 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북유럽표 탐정소설로는 처음으로 읽게 된 '마르틴 베크' 시리즈 네번째 작품인(1969) 웃는 경관. 아주 잘 빠진 좋은,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굳이 탐정소설이라고 적은 건 명탐정의 추리와 독자에 대한 도전이 배제된 경찰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작가가 이 시리즈를 적는 목적으로

'10권에 걸쳐 전후 스웨덴 사회의 10년 간의 모습을 담은 대하소설을 완성시키려는 것'

을 이야기한 탓도 있어 사회소설로 분류되기도 합니다만, 어떤 탐정물이라도(아니 어떤 소설이라도 라고 적어야할까요?) 사회와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는 작품은 없으니 그런 분류는 좀 오버일 겁니다. 제국사 과목에서 제 연구주제였던 셜록 홈즈는 제국을 선전했는가?에서 제국을 선전했다기보다 제국의 변천을 시기별로 보여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적도 있는데, 셜록홈즈부터 근작(제가 가장 최근에 본 건 스케반 형사 2006년판이군요 orz)에 이르기까지 어떤 작품이라도 그 배경이 되는 사회와 역사가 녹아있는 건 틀림없을 겁니다.

물론 마르틴 베크 시리즈 - 제가 본 건 아직 웃는 경관 뿐이지만 - 가 그런 면에서 좀 더 목적의식에 충실했고 훌륭한 묘사를 담고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장점은 그런 '사회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게 또 좋은 점이죠 :b

스웨덴의 부부 작가가 쓴(총 10장으로 이뤄진 책을 부부가 번갈아 한 장씩 썼다나요?) 이 책은 작가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를 스웨덴어로 번역하기도 했고 87분서를 의식하고 썼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87분서에 못잖은 멋진, 재미있는 경찰이야기입니다. 87분서에 비해 낫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그 반대로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양키 전통'에 좀 더 친숙한가 아니냐의 차이일 듯 하군요. 저는 후자입니다만 :b

9권까지 쓰고 펠 바르의 사망으로 10권이 나오지 못해 팬들을 아쉽게 하기도 했다는데, 그나마 한국에선 그 9권도 다 안 나왔으니; 9권까지라도 제대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들이 흔히

'생소한 지명, 인명 때문에 좀 읽기 힘들다'

고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일본의, 미국의 지명이나 인명에는 얼마나 익숙하길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각주라도 좀 달아줬으면 더 쉽게 읽을 수는 있었겠지만; 지금은 나와준 것만도 감지덕지인 상황이니 orz...

간략히 내용을 적어 보자면,

'버스 안에서 9명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해 마르틴 베크 휘하 살인과의 민완형사들이 수사에 나선다'

..정도겠군요(야;;) 아니 정말 이 책의 훌륭함은 직접 읽어서 확인하셔야 할 그런 종류의 것이라 말이죠 ( ");

마지막으로, 읽어보신 분만 이해하시겠지만; (물론 베크 경감은 논외로 치고) 저는 군바르드 라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제가 메란델에 가깝기 때문인가 봅니다 orz..

(트랙백을 보내둔 후배 영어덜트군이 감상을 잘 적어뒀군요. 한 번 읽어들 보시기 바랍니다. 경찰청사람들? 실은 이 영어덜트군에게 빌려 봤습니다^^:)
by 산왕 | 2007/02/15 19:36 | 책에 대한 건전한 이야기들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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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e Human - T.. at 2007/02/15 19:57

제목 : 웃는 경관 - 펠 바르&마이 슈발 : 스웨덴..
"대량 살인. 스톡홀름에서 대량살인사건 발생. 스톡홀름의 버스 안에서 대량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분명하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쿤그스홀름스가탄 거리 경시청의 경찰들도 그 이상의 것은 거의 알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대체 누가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지조차 분명치 않은 상태였다. 혼란은 극에 이르고 있었다. 전화 벨은 쉴새없이 울리고, 사람들은 바쁜 듯이 들락날락하고, 바닥은 더럽혀지고, 더럽히는 사나이들은 땀과 비에 후줄......more

Commented by 措大 at 2007/02/15 19:51
저는 그 "향기나는 이쑤시개"라는게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

자유분방한 성관념이 (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북구로구나 라는 인상도 들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인명이나 지명은 전혀 껄끄럽지 않았지만, 중역의 압박이 심해서 좀 아쉬웠던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
Commented by ArborDay at 2007/02/15 20:01
오호, 읽어봐야할 부류의 것이라면 저도 시도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풍백비렴 at 2007/02/15 20:15
도서관가서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그런데 딱 9명?;; 버스안에 그정도만 있었던건가요?;;
Commented by Reality at 2007/02/15 21:46
이게 아마도 추리소설 100선 안에 들어가던 그런 소설이었지요? 읽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at 2007/02/15 22: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Frey at 2007/02/16 00:11
리뷰가 재미있네요.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7/02/16 00:48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발란더 시리즈, 87분서 시리즈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현대 추리물 시리즈 중 하나죠.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취향에 맞으셨다면 발란더 시리즈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시대가 다른 같은 북구 출신의 경찰물인지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랄까요. :-)

NOT DiGITAL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2/16 01:46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제목이네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2/16 06:19
이거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오싹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여년 전부터 한 번 읽어 봐야겠다면서도, 못 읽었네요.
Commented by 서른즈음에 at 2007/02/16 11:36
몇년동안 추리소설을 읽지 않다가,
오랫만에 "포우단편집"을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던데...
기회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Commented at 2007/02/16 17: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산왕 at 2007/02/21 16:15
/措大님...향기나는 이쑤시개라^^; 사실 저는 이쑤시개를 물었으니 당연히 대활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야;)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엔 대확약하긴 했군요 orz

/ArborDay님...두뇌게임류의 탐정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것 같습니다^^

/풍백비렴님...네. 종점 근처 막차였거든요;

/Reality님...100선까지나 있습니까 -0- 보통 10선..이라고 하면 안 들어 있더군요^^;

/Frey...안군이 잘 썼더구나.

/문대령님...그러겠습니다^^

/比良坂初音님...나름 유명한 책이긴 하니까요^^;

/marlowe님...오싹하다라.. 슬픈 제목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읽고 나면^^;

/서른즈음에님...이건 현대물인데다 유쾌한 내용이라 술술 읽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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