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인류 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왕중왕.
하지만, 서양에서는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같은 이름들이 알렉산드로스를 대체하게 됩니다. 로마 시대의 지배자들은 물론, 그 뒤의 명목상이나마 로마제국을 계승한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 같은 경우도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라고는 칭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갖다붙이지 않지요.
하지만, 동방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을 사용하는 지배자가 좀 더 뒤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적어도 사파비 왕조(1502-1736,이란,시아파)가 설립할 때까지는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이 유효하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파비 왕조의 1대 왕위에 오른 샤 이스마일을 칭송하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도록 할까요?
'내 이름은 샤 이스마일이다. 나는 살아있는 히즈르(예언자)이며 마리아의 아들 예수이다. 나는 내 시대의 알렉산드로스이다!'
자, 예언자-예수-알렉산드로스가 왕의 권위를 위해 사용된 이름들입니다. 사파비 왕조가 마호메트의 혈통이라고 주장했던 것에서 예언자는 당연히 마호메트(와 그 권위)를 가리키는 말일 테고, 예수는 잘 아시다시피 이슬람에서 존경받는 예언자 중 한 명입니다. 서방세계에서는 '최고'였으니 그런 의미에서의 권위를 주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게 바로 '알렉산드로스'입니다. 서방에서는 여전히 '카이사르(카이저, 차르)'가 위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동방에서는 그런 의미에서의 권위를 더해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었지요(적어도 오스만에서는). 종파도 다르고(시아-수니) 해서 오스만과 꾸준히 항쟁해 왔고 앞으로도 쭉 싸워갈 사파비 왕조였으니 오스만과 차별화되는 권위가 더 필요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알렉산드로스인 거지요 :b
서방에서는 많이 잊혀지고 폄하되었지만, 그에 비해 '전설' '신격'화되어 온 동방에서의 알렉산드로스의 이미지는 샤 이스마일의 구미에 딱 맞았나 봅니다. 사파비 왕조의 개조, 샤 이스마일이 '기록된 바'로는
'마지막 알렉산드로스'
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알렉산드로스가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b
덧) 다음에는 알렉산드로스 사후 생긴 전설들에 대해 적어봐야겠습니다.
# by 산왕 | 2005/09/04 1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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